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회의나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던 초기에는 화면에 잘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사람들은 옷도 잘 챙겨 입고 메이크업도 하고 심지어는 배경도 정리했었다. 그런데 요즘은?얼마 전 참가한 웹 회의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비디오를 끄고 회의를 진행했다. 사실 나는 내 비디오를 켜놓았었는데 운영자가 비디오를 껐다. 회의는 화면에 공유된 자료와 목소리로만 진행되었다. 참가자의 질문은 문자로 올라왔지만 그마저도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운영자의 공지와 함께 사라졌다. 그냥 화면에 자료 띄워놓고 듣는지 마는지 알 수도 없는 그런 웹 커뮤니케이션을 요즘 한다. 온라인 수업도 비슷하다. 비디오를 켜는 학생은 없다. 비디오 끄고 음소거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가끔 자신이 발표하는 경우에만 비디오, 오디오를 켠다. 발표자는 자신의 발표에만 신경 쓰고 다른 학생들이 듣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온라인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도 발표자가 발표를 하면 다른 학생들은 집중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 발표 중에도 자기 발표를 준비한다. 발표 끝난 사람은 핸드폰을 본다. 다른 학교도 비슷하다고 한다. 해외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건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은 계속 변하니 교육 방법도 바꿔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SNS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에 왜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 발표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 할까? 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역사상 가장 관심이 많은 요즘에 왜 다른 사람의 발표는 잘 듣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을까? 내 나름대로 생각은, 현대인들은 자신이 모습이 원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느낌으로만 드러나길 바란다. 또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의견엔 관심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 생각은 궁금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이라기보다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사람들도 넘쳐나는 정보에서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갈무리해 내는 능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를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소개한 정보와 내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 중에 저장하고 다시 볼 것은 별로 없다. 수많은 정보가 난립하지만 진짜 가치 있는 내용은 사실 없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퍼다 나른 정보들과 화려한 웹페이지보다는 마주 앉아 부딪치는 눈빛이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나?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