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나는 포장마차에 쓰는 청비닐을 사용하여 옷과 가방을 만들어서 컬랙션을 한적이 있다. 기자들은 그 컬랙션을 보고 '리사이클' 패션이라며,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디자이너로 칭송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컬랙션을 준비하면서 '리사이클, 재활용'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원하는 느낌을 표현 할 수 있는 싸고 흔한 재료를 찾았을 뿐 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컬랙션을 하고 난 후, 이미 환경문제가 전세계 문화전반에 중요한 화두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앞으로는 어떤 것을 하더라도 환경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얼결에 재활용디자이너가 되어서 많은 작업에'친환경'이나 '환경보호', 이런 말들을 사용하며 뿌듯해 했다. (디자이너 심상보 패션쇼, 1999) 그런데 이번 시즌 트레이드쇼 참가를 위해 베를린을 다녀오면서 그 동안 내가 느끼고 있던 환경에 대한 생각이 너무 좁은 의미이며, 매우 편협하고, 찰나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를린에서 만난 25살의 젊은이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나에게 자신을 표현했다. 자연 환경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빌려준 채권자라는 사실과 자연에서 얻는 것은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내가 쓰고 난 후에도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사용해야 하며,마지막 남은 것은 자연으로 돌려 줄 수 있어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달았다. 디자인은 화려함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디자이너는 설계자이며,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가지고 인간에게 유익하고, 이쁘고, 옳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고, 디자이너는 문화의 진보를 위하여 디자인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지금까지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한 옷이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내가 그 동안 해온 디자인이 얼마나 사람을 생각했었나? 얼마나 자연을 생각하며 디자인하였나? 내가 디자인한 수백만 벌의 옷들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였을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동물 보호단체에서 털과 가죽을 패션에 사용하지 말라며 벌이는 퍼포먼스에 공감하지 못하고, 디자이너 송자인이 '이 구두는 가죽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라는 자랑이 그저 자랑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옷을 디자인하기 전에 얼마만큼 필요한 물건인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쓰임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흩어질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것이다.그리고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2013/02/14 _이미지 출처 https://www.behance.net/gallery/97630941/Recycle-2020-Visions?tracking_source=best_of_behancehttps://slowalk.com/1730